비시누 프라카시 주한 인도대사는 한·인도 외교관계 수립 40주년을 맞아 한·인도 양국 간 협력 방안에 대해 “한국의 위성을 인도의 위성 발사체에 실어 발사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프라카시 대사는 지난 12월 1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한 인도대사관 내 사무실에서 주간조선을 만났다. 기자는 인터뷰 전 사전에 질문지를 보냈고 프라카시 대사는 인터뷰 직전 서면 답변서를 건네왔다. 프라카시 대사는 기자가 질문에서 언급하지 않았는데 한국과의 로켓 발사 협력을 먼저 거론했다. 이는 인도 정부가 한국의 우주 프로그램에 상당한 관심과 협력 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기자는 프라카시 대사를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면서 양국 간 우주 프로그램 협력에 대해 물었다. 기자는 “한국은 러시아와 함께 나로호 발사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나 성공적이지 못했다. 기술은 얻지 못했고 발사 자체도 성공하지 못했다. 때문에 로켓 기술을 자체 개발하거나 다른 외부 파트너와의 기술 협력이 필요하다. 인도는 이런 한국에 파트너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했다. 이에 대해 프라카시 대사는 잘 알고 있다는 듯이 빙그레 웃으면서 “양국에 상호 이익이 된다면 우리는 어떤 분야에서도 협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과 인도는 우정을 나누고 있으며 양국 다 평화를 추구한다. 때문에 어떤 분야에서도 협력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라카시 대사는 “인도는 성공적이고 발전된 우주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100개의 발사체를 쏘았고 좋은 기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근무 자원
프라카시 대사는 제12대 주한 인도대사. 프라카시 대사는 2012년 1월 한국에 왔다. 그는 인도 동부에 있는 웨스트벵갈주 콜카타(옛 이름은 캘커타) 출신. 펀자브주 파티알라에 있는 펀자브대학에서 상업을 공부했고 아므릿사 소재 구루나낙뎁대학 법률대학원을 졸업했다. 1981년 외무고시에 합격, 외교관(IFS)이 되었다. 그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일본, 중국에서 근무한 동아시아 전문가. 1990년대 말 일본에서 근무했고, 중국 상하이 총영사(2006~2008)를 지냈다. 그는 이후 인도 수도 뉴델리의 외교부 본부에서 3년6개월간 근무했다. 2010년 초 이명박 대통령이 인도를 국빈 방문했을 때 그는 외교부 대변인이었다. 부친은 세무 공무원 출신.
프라카시 대사는 “한국 근무를 자원해서 왔다. 정부가 보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라며 “서울에 와보니 한국은 기대 이상이다”라고 한국에 대한 친밀감을 표시했다. 그는 한국 근무 자원 이유에 대해 “어렸을 때부터 한국 역사에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국과 인도의 문화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한국 역사를 보면 한국인은 용감하고 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크며 매우 독립심이 강했다. 한국 근무를 생각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일본 공관 근무 때였다.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TV에서 한국의 한 여성이 자신이 갖고 있던 금을 은행에 맡기는 걸 보았다. 금을 포기할 정도로 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 인도인은 세계의 어느 나라보다 금을 사랑하는 사람들. 금을 사랑하는 인도인에게는 금을 포기하는 한국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걸로 생각된다.
그는 한국에 대한 인상 소감으로 “내가 잘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동료들에게 말한다. 한국인은 에너지가 넘치고 동기부여가 잘 되어 있다. 특히 할 수 있다는 정신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그는 또 한국인은 유머가 넘친다고 말했다. “장관을 만나도 만난 지 15분이면 농담을 주고받는다. 분위기가 밝아지고 친절하다.” 기자가 그 대목에서 어느 나라에 근무하든지 하는 상투적 찬사가 아니냐고 하자 “아니다. 내가 다른 근무지에서 한 언론 인터뷰를 봐라. 그런 이야기는 한 적이 없다”고 정색을 하며 부인했다. 중국 상하이 총영사 시절의 인터뷰를 말하는 듯했다.
40주년 기념행사 다채로운 계획
프라카시 대사는 한·인도 40주년 기념 행사에 대해 “많은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문화공연, 영화상영, 고위급 인사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 아직 말하는 게 이르지만 획기적인 일(landmark)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인도 방문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빨리 와주시길 바란다. 우리는 레드카펫을 깔 준비가 되어 있다”며 적극적인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는 이어 “양국 간 최고위급 인사의 교차 방문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몇 년간 양국 정상급이 교차 방문해 왔다. 2010년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했고, 2011년 7월에는 인도 대통령이, 2012년 3월에는 만모한 싱 인도 총리가 각각 한국을 정상 방문했다. 정상이 방문하면 양국 관계에 중요한 계기가 된다. 양국 관계의 많은 부분이 정리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근 들어 양국 정상 간 만남이 잦아진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최근 수년간 양국 관계가 크게 달라졌다. 거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인도와 한국이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첫째다. 국가 전략의 차이, 정치적 차이가 없다. 둘째는 양국이 비슷한 전망(outlook)을 갖고 있고 겪고 있는 도전도 비슷하다는 점이다. 셋째로는 양국의 정당들이 두 나라 관계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느 정당이 집권해도 양국 관계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프라카시 대사는 인도와 한국 사이에는 “애정이 있다”고 말했다. 오래된 문화, 오래된 문명이라는 연대감이 있고, 양국 사이에는 국경을 접하고 있지 않아 이해의 충돌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는 아시아에서 제3위의 경제대국이고, 한국은 제4위의 경제대국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경제 협력 할 게 많다는 의미다. 그는 또 국방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조했다. 인도는 지난 11월 무관을 파견, 상주토록 했다. 인도 해군 함정 4척은 2012년 5월 29일 부산을 찾았고 양국 해군이 합동훈련을 한 바 있다. 인도 해군은 활동 범위를 넓혀 인도의 앞바다인 인도양에서 동아시아 해역으로 최근 진출하고 있다. 베트남에 해군기지를 운영하고 있고 중국은 이에 대해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프라카시 대사는 “방위 분야에서 협력이 필요하며 공동 기술 개발 등 어떤 협력도 가능하다. 양국 간 토대가 매우 강하다”면서 양국 간에는 이해가 상충되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강조했다.
그는 인도가 대한민국의 형성에 기여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한국이 1947년 11월에 제헌의회 구성을 위한 첫 총선거가 열렸을 때 선거를 감시했던 유엔위원회가 있었다. 9명의 위원이 있었는데 의장이 인도인 K P S 메논이었다. 한국전쟁 때는 A G 란가라지 중령이 이끄는 의무부대가 활동했고, 종전 후 남북한 포로 교환을 위해 구성됐던 중립국송환위원회의 의장이 인도인 K S 티마이야 중장이다.”
그는 “현재 한국에는 8000여명의 인도인이 있다. 대부분은 젊고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다. IT, 기계, 전기 엔지니어들이 한국의 재벌, 학자들과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